어느 정보사회학 교수의 푸념

 요즈음 들어 학생들에게 정보사회학을 가르치기가 무척 힘들다. 어디 쉬운 과목이 있겠냐마는 이 분야는 참으로 힘든 것 같다. 근본적으로 정보기술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학문이 정보기술을 이해하고 따라잡기가 너무 벅차다. 지난 30여년 동안 정보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왔다.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 정보사회학이 시작되었다고 보면 이제 그 역사가 15년 남짓되었는데 다른 사회과학 분야에서 아마도 150년 동안에 일어난 사회변화보다 더 많고 심각한 현상을 다루어야 했다. 사회과학에서 널리 인정받는 이론과 분석도구로 다루기에는 너무도 소프트한 대상이 많다. 하나를 이해할만다 싶으면 열 가지가 새롭게 출현한다. e-mail, 유즈넷 뉴스그룹, BBS, PC통신, 채팅, 웹사이트, 인터넷 포럼, IRC, 미니 홈피, 메신저, 휴대폰, SMS, 채팅, 블로그, 마이크로 블로그, SNS, e-book, 스마트폰, 클라우드 컴퓨팅, 전자 패드 등등. 비슷한 것 같지만 모두 다르다. 쓰임새가 다르고 사회와의 상호작용이 다르다.
  게다가 정보기술과 관련된 사회변화 혹은 사회현상이 너무 광범위하다. 산업기술과 비교해 보면 금방 안다. 산업기술도 정보기술 못지 않게(사실 둘이 함께) 변해 왔지만 그것은 생산현장, 작업현장에 국한해서 사용된다. 그러니 연구도 그곳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정보기술은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 침투된다. 정보기술과 사회의 접점은 너무도 다양하고 넓어서 연구가 어느 한 분야에 집중되기가 어렵다. 그래서는 정보기술과 사회의 접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사정이 그러하기 때문에 설령 엄청나게 뛰어난 학자이며 교수일지라도 정보사회학을 잘 가르치기란 정말로 어렵다. 이는 필자가 훌륭한 교수가 되지 못하는데 대한 변명만은 아니다. 여담이지만 5년전까지만 해도 강의내용을 일년에 30%만 바꾸면 그런대로 시대에 뒤지지 않는 수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몇 년전부터는 50% 이상 판갈이를 한다. 올해는 70% 이상의 내용을 바꾸었다. 이건 마치 매년 새 강좌를 개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더욱 현실적인 이유들이 있다. 먼저 정보기술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학적인 지식도 좀 갖추어야 하고, 실로 부지런해야 한다. 사회학자가 최신의 공학적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가볍지 않은 형벌이다. 사회학 분야의 지식을 업데이트 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선배 학자들에게 기댈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적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도 형벌이다. 논문이나 책과 같은 전통적인 형식의 학술적 성과에만 기대서는 학생들과 함께 다이내믹한 현실의 변화를 분석할 수 없다. 항상 학문공동체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수업을 해나가야 한다. 주위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에 못지 않은 장애가 또 있다. 학생들이다. 트렌디한 내용을 다루기 위해서는 아직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은 정보기술이나 서비스도 다루어야 한다. 학생들이 아직 구경도 못해 본 대상을 앞서서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도 단순히 기술이나 사용법이 아니라 사회기술적 현상으로서 대상을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학생들도 따라가기 쉽지 않다. 새로운 정보기술에 대해 익숙해 지기도 전에 비판적으로 음미하도록 요구받으니 말이다. 학생들은 아마 혼란스러울 게다. 정보사회학 수업이 정보기술 사용법 강좌인지 아니면 사회학 수업인지.     
  모두 지식의 수명이 너무 짧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다. 특히 정보기술 분야의 지식은 그 수명이 짧기로 악명 높다. 정보사회학도 그 영향권에 있다. 어쩌겠는가, 발을 잘못 디딘 것을.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서 말이다. 
  정보기술에 대한 성찰이 정보사회학의 본령이다. 그것이 비판적 측면도 있고, 응용적 측면도 있지만 아직 하이브리드 세상에 익숙하지 못한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정보사회학은 앞으로도 한참 동안 어려운 과목으로 남을 것 같다. (윤영민의 ‘정보사회 읽어내기’에서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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